국내 연구진이 자궁내막암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호르몬 치료가 어떤 환자에게 적합한가를 가려내는 바이오마커를 찾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정윤 교수, 정영신 교수, 병리과 박은향 교수 연구팀은 초기 자궁내막암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치료에서, 특수 조직 검사를 시행해 호르몬 치료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20~30대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가 서구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자궁내막암 환자의 10.2%가 40세 미만으로 이 비율은 미국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연령대에 속한다는 것이다.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의 경우 고용량 호르몬제 투여로 치료가 가능하며 70~80%의 높은 완치율을 보여준다.
하지만 초기 호르몬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 보통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다. 이는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연구팀은 2006년에서 2018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임력 보존 치료로 고용량 호르몬을 사용한 45세 이하의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 57명을 대상으로, 특정 바이오마커들에 대한 분석을 시행했다. 바이오마커(biomarker)란 특정 질병과 관련된 정상 또는 병적인 상태를 구분하거나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이다.
연구 결과, 약 15%의 환자에게서 ‘불일치 복구 결함(mismatch repair deficiency, MMRd)’이 발견됐다. MMRd는 DNA 복제 중에 불일치 오류를 복구하는 단백질이 없거나 그 기능이 손상된 경우 발생한다.
이러한 MMRd가 있는 환자들의 경우, 호르몬 치료에 대한 반응이 확연하게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치료 시작 6개월 후 평가 시 완전관해율(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의 비율) 11.1%, 치료 기간 중 완전관해율 44.4%), 그 가운데 일부 환자의 경우 치료 실패 후 자궁 절제술을 시행했고(44.4%), 자궁절제술을 시행한 환자 중 75%에서 치료 전과 비교해 암이 오히려 더 진행된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초기 자궁내막암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치료에서 특정 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호르몬 치료의 효과를 처음으로 예측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특정 바이오마커를 가임력 보존 치료에 이용하면 호르몬의 효과를 미리 예측해 치료 실패 및 시간 경과로 인한 자궁 제거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특히 MMRd가 호르몬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가려내는 예측 바이오마커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자궁내막암 환자가 호르몬 치료에 실패한 경우 바이오마커에 맞는 약제를 이용한 임상 연구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산부인과학 학술지(AJOG, 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에 게재됐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강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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