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들이 코로나19에 줄지어 쓰러지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자산 규모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대기업 45곳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마저 연쇄 파산이 시작되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최악의 기업 도산 사태가 닥쳤다는 경고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파산정보 제공업체 뱅크럽시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7일 기준 미국에서 파산법 11조(챕터11)에 근거해 파산보호 신청을 한 자산 규모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이 45곳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38곳)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전년 동기(18곳)와 비교해도 배가 훨씬 넘는다.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대기업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규모를 중소·중견기업으로 낮추면 피해 상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FT는 “부채 규모 5000만 달러 이상의 기업 157개가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면서 “훨씬 더 많은 기업이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를 진행한 뉴제너레이션리서치의 벤 슐라프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작금의 사태를 ‘파산 사이클’의 시작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파산 사이클의 첫 단계에 있다”면서 “팬데믹이 진행될수록 이 사이클은 산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대로라면 ‘파산업’이 미국의 성장산업이 될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연쇄파산 사태의 주된 원인은 정유·가스업계와 소매업계의 부진에 있다. 정유·가스업계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각국의 셧다운 등으로 수요가 줄고 유가가 크게 하락해 불황에 시달려 왔다. 올해에만 셰일가스 업체 체사피크 에너지와 파이팅 페트롤리엄, 원유 시추업체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 등 33개 업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소매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파산보호 신청을 한 유통업체는 24곳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FT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록다운 등으로 소매업체들은 문을 열지 못했고 소비자들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업체로 시선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FT는 이 같은 연쇄파산 사태가 미 정부의 전폭적인 현금 지원 와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지원금을 살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앙’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수조 달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최소 1조10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5차 부양책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중단된 연방 실업수당 제도가 미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리이시는 “주당 600달러를 지급하는 실업수당 제도가 종료되면 수천만명이 추가로 빈곤 상태에 놓일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미국 내수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증발해 전체적인 경제 사이클이 멈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August 23, 2020 at 10:2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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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파산 사이클’ 재앙이 시작됐다… 올 45곳 줄줄이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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